▲민중총궐기가 열린 12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앞 서울광장과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Photo by 송하훈/김영훈/장형익 기자]
[데일리매거진=송하훈/김영훈/장혁익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3차 촛불집회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 역대 최다 시민이 모여들었다.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체인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이날 오후 서울광장에서 '백남기·한상균과 함께 민중의 대반격을! 박근혜 정권 퇴진! 2016 민중총궐기' 집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박근혜 게이트'의 본질은 국가 시스템 붕괴를 가져온 무능과 부패의 결정체"라며 "거리에 나선 민중의 분노는 비정상적 사회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열린 '2016 전국 노동자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 13만명, 청소년시국대회를 10대 청소년들,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청년학생 총궐기를 연 대학생과 청년들, 남대문에서 농민대회를 연 농민들은 물론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나온 일반 시민 등 55만명(오후 5시 현재)이 서울광장과 광화문 광장, 인근 도로를 뒤덮었다.
민중총궐기에 참석한 이들은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끝내 사망한 고(故)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책임자처벌, 구속 수감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석방,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3대 특별요구안을 발표했다.
한상균 위원장은 민중총궐기 참석자들에게 옥중 서신을 보냈다.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대독으로 전해진 메시지에서 한 위원장은 “11월 안에 박근혜 끌어 내리고 구속시켜야 하고, 불법권력에 부역자들을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오늘은 불법권력과 비선권력을 공식권력인 국민권력이 심판하는 날이자 민중들이 개·돼지가 아니라 주인임을 보여준 위대한 민중항쟁의 날”이라며 “4.19 혁명, 87년 민주항쟁 등 미완의 혁명을 되풀이 하지 말자”고 했다.
한 위원장은 야당에 대해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야당과 대권주자들에게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요구서 요구한다”며 “국민들은 광장에서 싸우고 열매만 가져가겠다는 정치적 사욕을 버려라"고 말했다.
백남기 농민의 첫째 딸 백도라지씨도 무대에 올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백씨는 "나라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반드시 내려와야 한다"며 "책임자 처벌 등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지만 시민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연대발언에서도 박근혜 퇴진이라는 한 목소리가 나왔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도 "이제 박근혜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 아니다. 모든 국민들에게 청와대에서 당장 내려오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충환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도 박근혜 퇴진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대표들이 나와 진행한 퇴진투쟁 선언문 낭독에서 "국정농단 파탄의 중심에 선 박근혜를 퇴진시키고 민중이 승리하는 내일을 만들자"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진짜 주인은 이 나라의 민중이다. 우리는 박근혜 정권 퇴진을 넘어 무능한 부패정권을 비호했고 자신들은 끝내 책임 없다고 꼬리 자르기 하는 모든 세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해고돼야 할 것은 노동자가 아니라 박근혜정권이고, 진압당해야 할 것은 박근혜 정권을 비호하는 새누리당이며, 경계해야 할 것은 무능한 보수야당"이라 고 선언했다.
▲사진=12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광장과 광화문 일원에서 열린 민중총궐기에서 참가자들이 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Photo by 송하훈/김영훈/장형익 기자]
100만명 참여…2000년대 이래 최다
경복궁역 사거리 시민들빈틈없이 집결
오후 7시30분 현재 서울 도심에 주최 측은 100만명, 경찰은 26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세종대로, 종로, 을지로, 소공로 등 도심 주요 도로는 물론 인근 지하철역까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상태다.
이날 집회는 2000년대 들어 최대 규모다. 2008년 6월10일 광우병 촛불집회(주최 측 추산 70만명, 경찰 추산 8만명),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규탄 촛불시위(주최 측 추산 20만명, 경찰 추산 13만명) 참가 인원을 넘어섰다.
시민들이 많이 몰렸을 때는 남북으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숭례문까지, 동서로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종각까지 인파가 넘쳐나기도 했다.
청소년 단체, 중고등학생, 노동계, 대학생 단체는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대거 참여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하야, 그리고 검찰의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경찰 추산으로도 최다 인원을 경신했다. 당시 경찰은 8만명이 집결했다고 추산했는데, 이날은 이미 본집회가 시작되기 전인 오후 3시께 11만명을 넘어섰으며 본집회 후 행진 시작 직후인 오후 5시35분께는 22만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광화문과 시청은 물론 청와대로의 행진이 진행 중인 경복궁역 사거리에도 시민이 빈틈없이 집결한 상황에서도 주변 지하철역에서 집회를 참여하려는 시민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중이다.
▲12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이뤄지는 광화문에 집결해 한 목소리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Photo by 송하훈/김영훈/장형익 기자]
거리로 나온 야3당, 일제히 "박 대통령 퇴진하라"
문재인 "박 대통령, 국민 요구 답 안하면 퇴진 투쟁 나설 것"
안철수 "박 대통령, 즉각 물러나라"
이날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야3당은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 문화제에 앞서 인근에서 각각 당원대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거세게 성토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어르신, 아이들 할 것 없이 나라 걱정에 수많은 국민이 삼삼오오 모여 외치고 있다"며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을 회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밝혔다.
추 대표는 또 "대통령 배역이 공주에서 꼭두각시로 바뀌었다고 국제적으로 조롱을 받으면서 대한민국의 얼굴에 먹칠을 한 사람이 누구냐"며 "최순실이 챙겨주는 색옷을 입고 써준대로 행동하며 웃으면서 해외순방을 다니는 것이 외교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박 대통령에 책임을 엄중히 묻는 것은 물론 국권을 파괴한 무도한 세력에게 권력의 주인인 국민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국민주권확립 운동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야 4년간 잘못 이끈 국정을 바로 잡을 수 있다"며 "(검찰 수사에서 자백하고 국정에서 손을 떼라는 요구를) 받아들여주면 시쳇말로 '목숨만은 살려주마'"라고도 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버티며 정권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고 민주당이 나선다면 박 대통령은 반드시 퇴진하게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당원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하루빨리 국민들 요구에 답을 하지 않는다면 저와 우리 당은 부득이하게 국민과 함께 거리에서 대통령 퇴진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문 전 대표는 이어 "박 대통령이 국민들의 절박한 요구에 하루빨리 답을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는다면 질서있는 퇴진마저 어려워지고 우리 국정은 파국에 빠져들고 말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도 박 대통령의 조속한 결단을 요구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 국민의당 당원보고 대회'에서 "우리 국민, 당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서명운동을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또 "맨 먼저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대통령과 3당 대표는 영수회담을 통해 총리를 합의추대하며 이후 총리는 우병우·최순실 사단을 축출할 것을 제안한다"며 "(이 같이) 야당이 납득하는 새로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와 국회의 국정조사, 별도특검 조사를 받아야 하다"고도 했다.
박 위원장은 "이럴 때 박 대통령의 모든 잘못이 국민 앞에 밝혀지고 퇴진에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역시 "오늘은 시민혁명과 국민항쟁의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안 전 대표는 "이게 나라냐"며 "앞으로 모든 국민들은 정말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 노릇 하기가 부끄럽다"고 개탄했다.
안 전 대표는 또 "어떤 분들은 박 대통령이 물러나면 도대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이냐고 이야기 하고 혼란스럽다고 하는데 박 대통령이 그 자리에 계속 있는 것 자체가 혼란스럽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해야만 비로소 대한민국은 헌정유린 사태 수습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보수단체의 맞불집회도 소규모로 열렸다.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 500여명은 이날 오후 여의도에서 민중총궐기 집회에 대응하는 집회를 열어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종북좌파'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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