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는 한 때 '신흥 라이벌'로 불렸다. 2007년과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명승부를 연출하며 치열한 승부를 벌였고, 지난해까지도 만날 때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결을 펼쳤다.
올해는 SK가 3위로 떨어지고, 두산이 하위권을 맴돌면서 '라이벌' 이미지는 많이 사라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비룡군단'과 '곰군단'은 연장까지 가는 혈전을 벌이며 라이벌 구도를 떠올리게 했다.
10일 경기는 쫓고 쫓기는 접전이 계속됐고, 연장까지 돌입하면서 야수들의 교체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부상을 견뎌내며 경기에 나선 선수들도 속속 눈에 띄었다.
SK의 경우 정근우(29)와 정상호(29)가 그랬다.
정근우는 지난달 30일 왼쪽 옆구리 근육통을 호소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재활군에 머물렀던 정근우는 상태가 조금 호전돼 11일만인 10일 1군에 복귀했다.
상태가 완전히 정상은 아닌 상황이었다. 정근우는 상태를 묻는 질문에 "아직 약간의 통증은 남아있지만 경기는 뛸 만하다"고 말했다. SK 김성근(69) 감독도 이를 고려, 선발 라인업에서 뺐다.
정근우는 6회말 수비 때 그라운드에 나섰다. 6회초 2루수로 선발 출전했던 김연훈 타석에서 대타로 박재홍을 기용했던 김성근 감독은 이어진 수비 때 정근우를 2루수로 내보냈다.
정상호는 3일 인천 LG전에서 수비를 하다가 오른 중지 타박상을 입었다. 정상호는 4일부터 전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6일부터 불펜에서 공을 받기 시작한 정상호는 부상이 완쾌되지 않아 공을 정상적으로 던지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정상호도 9회말 교체 출전했다. 9회 허웅 타석에서 대타로 권용관을 내세웠던 김성근 감독은 나설 포수가 없자 정상호를 앉혔다.
두산은 김현수(23)와 오재원(26)이 그런 경우였다.
김현수는 7월말 사직 롯데전에서 왼 발등에 이상을 느꼈지만 이를 참고 뛰다가 통증이 심해졌다. 검사 결과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김현수는 통증이 상당한 듯 경기 전 식당에서 다리를 조금 절룩거렸다.
김현수는 9회말 2사 2,3루의 찬스에서 대타로 기용됐다. 찬스 상황이 오자 김광수(52) 감독대행은 9일 끝내기 안타를 때려낸 김현수에 기대를 걸었다.
오재원은 9일 경기에서 파울 플라이 타구를 잡으려다가 1루쪽 불펜 철망에 왼팔을 부딪혀 부상, 역시 이날 선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9회초 대수비로 투입돼 1루를 지켰다.
그러나 팀의 승패에 희비는 엇갈렸다.
SK 부상병들은 팀 승리에 앞장서 활약이 더욱 부각됐다.
정근우는 이날 3-4로 끌려가던 9회 2사 만루의 찬스에서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때려내 패색이 짙던 SK를 위기에서 건져냈다.
10-5로 앞선 연장 10회 2사 1루에서도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를 뽑아낸 정근우는 2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화려하게 복귀 신고를 했다.
정상호도 6-5로 조금 앞선 연장 10회 1사 만루에서 왼쪽 담장을 직접 맞히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작렬해 승리에 쐐기를 박는 역할을 했다. 수비에서는 송은범, 정우람의 무실점 피칭을 도왔다.
반면 두산 부상병들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9회 2사 2,3루 찬스에 대타로 나선 김현수는 상대 배터리가 그를 고의4구로 거르면서 뭔가 해볼 기회조자 얻지 못했다.
오재원은 9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우전 안타를 뽑아냈다. 4-5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두산이 다시 승부를 뒤집을 찬스를 잡을 수 있는 귀중한 안타였다. 김동주의 볼넷으로 2루까지 나아간 오재원은 양의지의 희생번트 때 나온 상대 투수의 실책으로 홈까지 내달려 동점 득점에 성공했다.
그러나 역시 팀이 패배하면서 오재원은 고개를 숙여야했다. 오재원은 연장 10회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는 유격수 앞 땅볼을 치는데 그쳤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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