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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불법 반출은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국가 경제 질서를 위협하고 범죄와 직결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최고 권력자의 엄정한 문제 제기는 당연하다. 대통령이 “가능하냐, 불가능하냐”고 묻는 질문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 질문이 공적 토론의 장에서 어떤 언어와 맥락으로 전달됐는지, 그리고 그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됐는지에 있다.
인천공항은 단순한 공기업이 아니다. 국가의 관문이며, 하루 수십만 명의 이동과 안전을 책임지는 복합 시스템이다. 공항 보안은 ‘알면 곧바로 고칠 수 있는’ 단순 문제가 아니라, 기술·인력·동선·국제 규범이 얽힌 고도의 전문 영역이다. 이학재 사장이 지적했듯, ‘책갈피 달러 반출’이라는 방식은 보안 검색 현장에 오래 몸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영역이며, 그것이 최고 권력자의 입을 통해 공개되는 순간, 보안은 강화되기보다 오히려 취약해질 수 있다.
더 우려되는 대목은 해결책으로 제시된 ‘100% 수화물 개장 검색’이다. 현실적으로 이는 공항 운영을 마비시키는 처방에 가깝다. 국가 운영에서 중요한 것은 문제 제기 그 자체보다, 실행 가능성과 파급 효과에 대한 종합적 판단이다. 즉각적 분노와 직설이 언제나 유능한 통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개 질책은 때로 카타르시스를 주지만, 동시에 조직의 위축과 책임 회피를 낳기도 한다. 특히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장에게 공개적 면박이 반복될 경우, 그것은 관리·감독을 넘어 ‘군기 잡기’ 혹은 정치적 메시지로 읽힐 위험이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여야 출신 단체장에 대한 상반된 공개 평가가 더욱 예민하게 해석되는 이유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정책이 되고, 신호가 되며, 때로는 국가의 기준이 된다. 그렇기에 대통령의 언어는 정확해야 하고, 절제돼야 하며, 무엇보다 공공의 이익을 향해야 한다. 문제를 지적하되 해법은 숙의의 영역에 남겨두는 것, 질책보다 점검을 택하는 것, 공개적 망신보다 제도적 개선을 우선하는 것, 그것이 성숙한 권력의 모습이다.
국정은 힘으로만 굴러가지 않는다. 신뢰와 존중, 그리고 품격 위에서 작동한다. 이번 논란이 공항 보안 강화라는 본질을 흐리는 정치적 소음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권력의 질문은 다시 한 번 품격이라는 답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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