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전성진 기자] '핵잠수함' 김병현(32.라쿠텐 골든이글스)이 좀처럼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한지도 벌써 반년이 지났지만 1군 무대에는 단 한 차례도 등판하지 않았다. 김병현의 영업개시일이 한국 야구팬들로서는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김병현은 올 시즌 개막 직전 외발 관절 염좌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재활을 거친 김병현은 2군 무대에서 컨디션을 조율해 왔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지난달까지 김병현은 13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1.23을 마크했다. 최고 구속도 140km/h 후반이 찍힌다. 메이저리그 전성기 시절 못지 않는 구위를 되살려낸 것이다.
김병현을 지도하는 다카무라 히로시 2군 코치도 김병현의 1군 합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는 "1군에서 던질 만큼 구위가 올라왔다"고 평가했다. 김병현 역시 "지금 상태라면 잘 던질 수 있다"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아직까지 김병현을 1군에서 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병현은 불펜요원으로 보직을 받은 상태다. 하지만 김병현이 부상으로 낙마하자 그 빈자리를 라이언 스피어(33. 미국)가 메웠다. 하지만 스피어가 최근 블론세이브가 많아지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김병현의 조기 복귀가 점쳐지고 있는 분위기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한 팀 1군 등록 외국인 선수는 4명이며 동시 출전 인원은 3명이다. 현재 라쿠텐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3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부진한 상태다. 스파이어는 1승 3패 평균자책점 5.31로 믿음직스럽지 못하며, 외국인 타자 루이스는 1할대에 허덕이고 있다. 또 다른 타자 가르시아 역시 2할대 초반에 그치고 있어 언제 2군으로 강등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라쿠텐의 외국인 선수들이 제 몫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라쿠텐의 호시노 센이치 감독은 그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려고 하고 있다. 김병현의 복귀가 늦춰지는 이유다.
김병현의 복귀가 미뤄지는 또 다른 이유는 라쿠텐의 빈약한 공격력을 들 수 있다. 라쿠텐은 현재 강력한 마운드에 비해 무기력한 공격력에 그치고 있다. 팀의 평균 자책점은 3점대 초반으로 굉장히 안정적이다. 하지만 경기당 2점대 득점력을 보이고 있어 공격력은 심각한 수준이다. 공격력이 부진하기 때문에 김병현을 1군에 불러 테스트할 여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김병현은 선발이 아닌 불펜투수다. 최근까지 라쿠텐은 긴 이닝을 소화해줄 수 있는 선발 투수를 필요로 했다. 이에 국내 프로야구 두산 출신의 켈빈 히메네스가 김병현보다 먼저 1군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팀 상황이 좋지 않지만 김병현도 조급해 하지 않고 있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의 2군 강등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부상 재발 없이 컨디션을 꾸준하게 유지해 나가고 있다. 김병현의 1군 복귀는 지금 당장도 가능한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들어 놓는 것이 김병현이 신경쓰고 있는 가장 큰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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