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위기 몰린 한국 車산업 (上)

김영훈 / 기사승인 : 2018-02-20 13: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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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ㆍ수출 동시 부진…미래 한국 자동차산업에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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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김영훈 기자] 극심한 경영난에 휩싸인 미국 GM 제너럴모터스가 5월 말까지 한국GM 군산공장을 완전히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3일 GM은 경영난을 겪는 한국GM에 대한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이 같은 군산 공장 폐쇄 결정 사실을 발표했다.


준중형차 크루즈, 다목적차량(MPV) 올란도를 생산하던 한국GM은 최근 3년간 생산 물량 부족으로 인한 조업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 군산공장 가동률이 평균 20%에 불과해 사실상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한국GM은 지난 2014년부터 4년간 2조5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이어왔다. 2016년 말 기준으로 누적 적자가 1조945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5000억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기자는 이번 한국GM 사태의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해보았다.


내수와 수출의 동시 부진
국내 자동차 산업 위축…"글로벌 경쟁력 저하 우려"


한국GM의 이런 대규모 손실은 차가 잘 안팔린 것이 가장 큰 이유다. 2014년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면서 유럽으로 수출하던 물량이 대거 줄어들었고, 내수의 경우 경쟁력 있는 차종이 없어 경영난을 가중시켰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미국 트럼프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내수ㆍ수출ㆍ생산 등에서 뒷걸음질하며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7년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은 411만5000대로 전년보다 2.7% 감소했다. 앞서 2016년 자동차 생산량은 422만9000대로 전년보다 7.2% 감소했다. 2015년 0.7% 증가한 455만6000대를 생산한 이후 2년 연속 하락하며 글로벌 6위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5년 완성차 생산국 순위 5위에 오른 후 2015년까지 11년 연속 '빅5'를 유지하다가 2016년 인도에 뒤져 6위로 밀려났다. 이후 1년 만에 멕시코에게 6위 자리마저 위협 받는 처지가 됐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산업은 내수·수출이 모두 부진하면서 상위 10개 국가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생산량이 감소한 탓이다.


올해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2018년 국내 자동차산업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내수는 전년 수준인 182만대(수입차 포함), 수출은 257만대로 전년 대비 1.5% 감소, 생산은 410만대로 전년보다 1.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GM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7.4%로 현대ㆍ기아차 다음으로 크다. 업계에서는 연간 25만대 규모의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되면 국내 자동차 생산능력은 그만큼 축소되고, 글로벌 시장 경쟁력도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경쟁업체들에 반사이익을 주지도 않으면서 자동차 산업 기반만 약화시킬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GM이 일단 국내 다른 영업장을 유지한다고 해도 철수설에 계속 발목을 잡힌다면 어떤 소비자가 차를 사겠는가"라며 "어떤 결과로든 국산차 경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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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차종 전략 실패…소비자 이탈
공장 가동률은 '곤두박질'


일각에서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에 도화선이 된 것은 주력 차종 크루즈의 부진이 컸다는 분석이다.


2010년 23만7000여 대가 군산공장에서 조립됐던 크루즈 생산물량은 2013년 10만6800대로 줄었다가 이듬해 5만대로 반토막 났다. 지난해는 신차가 투입됐지만 생산량은 2만3000대에 그쳤다.


국내 판매중인 크루즈는 GM 본사와 노동조합 간 오랜 줄다리기 끝에 3년 전 한국 생산이 결정난 차였다. 그런데 쉐보레 유럽 철수로 수출 물량이 줄어든 데다 안방에서조차 외면받는 사이 공장 가동률은 곤두박칠쳤다. 지난해 군산공장 생산 물량만 놓고 보면 한국 생산을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가동률이 악화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자동차 업계에서는 한국GM이 철수하거나, 적어도 군산공장은 문닫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군산공장 부실의 결정타는 지난해 출시한 신형 크루즈다. 경영진의 전략 실패로 신형 크루즈는 신차 효과없이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했다. 출시시점과 가격, 마케팅 등 모든 부분이 꼬였다. 한국GM은 지난해 2월 신형 크루즈의 조립과정에서 품질 문제가 발견됐다며 출시 시점을 두달 미뤘다. 인도 시기가 늦춰지면서 고객들이 이탈했다.


신형 크루즈의 판매가가 경쟁차 대비 고가로 책정된 것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올 뉴 크루즈의 최초 출시가는 1890만~2478만원대로 형성됐다. 경쟁 모델인 아반떼(1410만~2415만원)나 K3(1395만~2420만원)보다 엔트리 트림 가격이 400만원 가량 높았던 것.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지자 한국GM은 올 뉴 크루즈의 가격을 트림별로 최대 200만원까지 인하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지만,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긴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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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인 '고비용 저효율' 생산구조에 '궁지'
5년 연속 1천만원이상 성과급


GM본사가 설명하는 경영난의 핵심 요인은 '차가 안팔린다'라는 이유에서부터 높은 임금수준 등 한국GM의 고비용 구조 문제를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한국GM의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추락하는데도 한국GM의 임금 수준은 꾸준히 올랐다.


한국GM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임금 수준은 2002년의 2.5배까지 뛰었고, 총 인건비(2015년 기준)는 2010년과 비교해 50% 이상 늘었다.


2013년 이후 2016년까지 성과급은 해마다 1천만원 이상 늘었고, 기본급 인상률은 3.3~5% 범위에서 유지됐다.


해를 넘겨 타결된 2017년도 임금협상도 기본급 5만원 인상, 성과급 1천50만원 수준에서 타결됐다.


2009년 이후 작년까지 9년 동안 2009년, 2010년, 2014년, 2015년 4년을 제외하고는 파업도 반복됐다.


임금 상승에는 통상임금 소송 결과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한국GM의 주장이다. 2013, 2014년에 걸친 노조와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소급분 지급 의무는 없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상여금 등의 통상임금 인정으로 이후 인건비 부담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는 한국GM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높은 인건비, 낮은 생산성 등으로 한국 자동차산업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자동차 회사 근로자의 임금은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생산성은 되레 낮다. 한국(완성차 5개사 기준)에서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HPV·2015년 기준)은 26.8시간이다. 도요타(24.1시간)와 GM(23.4시간)보다 각각 11.2%, 14.5% 길다. 한국 완성차 업체의 매출 대비 임금 비중도 12.2%(2016년 기준)로 도요타(7.8%)와 폭스바겐(9.5%)보다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고임금 저효율 구조를 깨지 않으면 갈수록 위기는 가중될 것이다"며 "완성차 업체들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 하는 일도 배제 할 수 없기에 한국지엠 사태를 보고 전반적인 구조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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