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타 죽이며 프로화 외치는 핸드볼

뉴시스 제공 / 기사승인 : 2011-07-11 12: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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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핸드볼협회(회장 최태원)는 2013년을 프로화의 원년으로 계획하고 있다. 오는 10월 완공을 앞둔 SK핸드볼전용경기장을 비롯해 조직 개편, 국제대회 유치 등 적극적인 투자, 인프라 구축으로 뼈대를 잡았다.

그런데 일부 구단과 지도자의 의식은 제자리걸음이다. 프로화를 외치면서 스타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핸드볼이 처한 현실에 대한 하소연뿐이다.

10일 두산과 인천시체육회의 남녀부 우승으로 끝난 2011 SK핸드볼코리아리그. 2% 아쉽게 막을 내렸다.

우승 축포가 터지는 순간, 윤경신(38)과 조효비(20)는 없었다. 이들은 리그를 대표하는 남녀 스타플레이어다. 윤경신은 한국 핸드볼을 대변하는 스타, 조효비는 향후 10년을 책임질 선수라는 호평을 들었던 유망주다.

윤경신과 조효비 모두 구단과 지도자 중심적인 핸드볼계 병폐의 희생양들이다.

윤경신은 두산의 핵심 플레이어지만 챔피언결정전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달 30일로 계약이 만료된 상황에서 두산은 윤경신에게 8개월을 재계약 기간으로 제시했다. 그마저도 선수가 먼저 말을 꺼내자 제시한 것.

핸드볼계 관계자들은 '두산이 노장인 윤경신과 장기계약을 맺기 꺼리는 것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대다수였다. 재계약에 적극적이지도 않았고 결국 윤경신은 팀을 떠났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챔피언결정전이 열릴 때, 관중석을 지켰다.

2012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예선을 앞두고 나온 국가대표 예비엔트리에 플레잉코치로 이름을 올린 윤경신은 "SK핸드볼전용경기장에서 열리는 런던올림픽 아시아예선을 뛰는 것이 꿈이다"며 소속팀에 상관없이 태극마크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윤경신의 상황은 나은 편이다. 조효비는 핸드볼을 아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타의에 의한 은퇴를 한 상태. 백수다.

인천시체육회의 전신 벽산건설 때 맺은 7년 장기계약이 문제가 됐다. 조효비는 팀이 인천시체육회로 넘어가자 기존 계약이 효력이 없다며 이적을 요구했고 임영철 감독은 계약금(4000만원)의 3배를 물어야 한다며 맞섰다.

결국 조효비 역시 팀에서 떠났다. 다른 팀에서라도 운동을 하려면 인천시체육회의 이적동의서가 필요한 상황. 하지만 감정의 골이 깊어 이적동의서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대표팀에서도 뛰기 힘든 처지다. 핸드볼협회 소속으로 뛸 수 있지만 항간에 '조효비를 대표팀에 발탁하면 (인천시체육회 소속의)김온아, 류은희를 내주지 않겠다'는 임영철 감독의 엄포가 있어 어쩔 수 없이 조효비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임영철 감독은 우승을 확정한 후, "핸드볼이 프로화가 되면 제도부터 새로이 모두 바꿔야 한다. 벌칙을 강화해야 하고 다른 프로종목처럼 임의탈퇴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툭하면 계약금 받고 도망가고, 말도 안 듣는다. 갑갑하다"며 조효비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윤경신과 조효비는 올해 2월 핸드볼코리아컵에서 나란히 득점왕을 차지했다. 분명 몇 안 되는 스타플레이어. 그러나 코트에 없었다.

스타를 내쫓는 핸드볼. 프로화한다고 해서 크게 나아질 것은 없어 보인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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