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포커스] '제왕적 재벌총수' 빚 만 남기고 잇단 퇴진·박탈 …떠나가는 대기업 회장들의 2세경영 승계 작업 가속도

이재만 기자 / 기사승인 : 2019-03-29 10: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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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조양호회장…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 2세들에게 경영권 승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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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14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박삼구 회장과 조양호 회장 [제공/연합뉴스DB]


[데일리매거진=안정미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핵심 계열사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을 박탈당한데 이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회장과 대표이사직을 내놓는 등 항공재벌 총수가 모두 퇴진했다.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에 필요한 참석주주 3분의 2의 찬성을 얻지 못해 강제 퇴임당한 조양호 회장 퇴출이 결정 된지 하룻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삼구 회장까지 사퇴하면서 양대 항공사 총수 자리가 모두 비었다.


문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삼구 회장의 자진해 퇴진을 한 것을 두고 꼼수퇴진의 성격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퇴진에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주총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박 회장의 사퇴는 감사의견 ‘한정’ 사태로 이는 그동안 금호아시아나의 회계처리 방법과 재무제표 표시방법 중 일부가 기업회계에 위배되거나, 재무제표의 항목에서 합리적인 증거를 모두 얻지는 못하고 있어 관련되는 사항이 재무제표에 영향을 주거나 줄 수 있다는 것으로 상장기업인 금호아시아나의 경우 외부감사인 삼정회계법인으로 부터 감사의견'한정'으로 주식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한정' 의견을 받으면서 모기업인 금호산업도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아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2일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했었다.


이번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운용리스 항공기의 정비 의무와 관련한 충당부채, 마일리지 이연수익의 인식 및 측정, 손상징후가 발생한 유무형 자산의 회수가능액, 당기 중 취득한 관계기업 주식의 공정가치 평가, 에어부산(298690)의 연결 대상 포함 여부 및 연결 재무정보 등과 관련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하지 못했다"고 한정 의견 제시 근거를 밝혔다.


'한정'사태까지 인 기업은 관리종목에 지정하고 두 차례 연속 받을 경우 상장이 폐지위기와 더불어 그룹의 수조원대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불거질 것을 대비한 박 회장이 자진 퇴진한 것으로 향후 있을 위기에서 책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재계의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국내 유력 재벌그룹의 총수들이 잇따라 스스로 혹은 타의에 의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재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아직은 몇몇 그룹의 개별 악재에 따른 것이 대다수이지만 과거와 같은 '제왕적 재벌 총수'의 시대는 종언을 고하는 게 아니냐는 다소 때이른 관측도 나온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상장사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전후로 주요 그룹 총수의 경영 일선 퇴진과 이사회 의장 사퇴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재계 서열 14위(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 기준)인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지난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부결되면서 대표이사로서 경영권을 박탈당했다.


최근 이어진 이른바 '갑질 논란' 등에 따른 것으로,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등을 통해 그룹 경영에 영향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총수 지위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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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퇴임 발표하는 이웅열 코오롱 회장 [제공/코오롱그룹]


재계 25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삼구 회장은 최근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보고서 문제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28일 전격적으로 용퇴 결단을 발표했다.


스스로 그룹 내 모든 직함을 내려놓겠다는 것으로, 특히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사실상 '재벌 총수 체제'를 더이상 유지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말에는 재계 31위 코오롱그룹의 이웅열 회장이 전격적으로 자진 사퇴를 선언해 재계를 놀라게 했다.


특별한 악재가 없는 가운데 이 회장은 "1996년 1월, 40세에 회장직을 맡았을 때 20년만 코오롱의 운전대를 잡겠다고 다짐했었다"면서 퇴임식도 없이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각 계열사 전문경영인들에게 그룹 경영의 '바통'을 넘기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 실험을 단행했다.


이밖에 '마지막 1세대 총수'로 불리던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지난 2017년 9월 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되면서 불명예 퇴진했다.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재벌 총수들이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취지로 스스로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는 사례도 최근 이어지고 있다.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도 최근 지주사인 SK㈜의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도록 한 정관을 변경해 최태원 회장이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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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탈세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은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왼쪽)과 그의 아들 조현준 회장이 2018년 9월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제공/연합뉴스DB]


앞서 재계 26위인 효성의 조현준 회장은 지난해 3월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 그룹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면서 지주사인 ㈜효성의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런 일련의 '총수 사퇴'에 대해 재계 안팎에서는 개별 그룹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한국 재벌 문화의 틀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총수들은 퇴진 이후 일정 기간의 과도기를 거쳐 2세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재벌 총수 일가가 대를 이어 평생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면서 그룹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절은 사실상 지나갔으며, 그룹의 거버넌스가 '사람'이 아닌 '제도'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여전히 그룹 경영에서 총수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며, 최근 잇단 총수 사퇴를 근본적인 재벌 문화의 변화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다만 글로벌 경쟁 시대를 맞아 총수의 이사회 의장 사퇴와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는 긍정적인 흐름"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양호 회장은 이사직은 상실했지만 지주회사 한진칼과 아들 조원태 사장을 통해 막후 경영에 나설 전망이다. 반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그룹의 비상경영체제 속에 전문경영인 영입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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